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 있는 갤러리 문에서 서양화 정기창 화가의 초대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정기창 화가의 작품에는 동,서양화의 다양한 미술 기법의 바탕 위에 이질적 요소의 갖가지 혼합재료를 오브제로 접목시켜왔다. 

 

 작가는 그동안 우리의 춤(舞)과 공(空)을 주제로 한 크고 작은 한국적인 움직임과 가락을 그려 왔다. 근래에는 마치 문인화, 전각화를 대하듯이 이질적이면서 혼합적인 물성들을 접목시켜 서양화의 필법이나 디자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작품의 기본 주제로는 전통적인 춤과 가락의 옛 모습을 담고자 하였으며, 옛 현인들의 '고어, 사자성어' 등을 그림 형태와 동등하게 캔버스에 배치하고자 했다. 또한 부제처럼 짧은 시구 같은 글을 배치하기도 한다. 작품 구성에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들어있는 우리의 모습, 우리의 숨결이 함께 호흡하는 화면구성을 추구하고 있다. 

 

 정 작가는 그 의미 전달을 위한 서예 디자인적 글꼴 형태들이 화면에서 차용됐고, 그가 서술하고자 하는 사물들의 형상은 멀리 있다. 작가가 추구하려는 칼라와 의미도 모두 절제 시키고 축소시킨 형상으로서 그 무엇을 크게 앞세우거나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의 작업은 서술적이며 시각적인 화면이 보이지는 않으나 자연의 움직임과 인간의 갖가지 희로애락의 감정에 대한 시적인 형상을 함께 동화시키기 위한 캔버스 작업이다.

 

 무舞와 공空이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그 주제의 뜻과 형상을 무형의 공간적 대화로서 구성하려 했고, 옛 고서화들에서 우러러 본 주제와 외마디적 옛 시어들이 현재적 미래적인 대화로서 시대적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또한 홍운탁월(烘雲托月), 입상진의(立象盡意)를 대입하고자 했으며, 작가는 서양화 한국화 등의 각 장르의 배움을 거쳐서 서예분야의 徐忠烈선생님의 소박하고 둥글둥글한 호박넝쿨체까지 두루 섭렵하며 모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