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송혜수미술상을 수상한 김남진 작가의 개인전 ‘from to 모델, 사피엔스 그리고 문명’이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아트숲에서 열린다.  

 김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크게 미장센, 사피엔스, 문명 시리즈이다. 2010년 이후 드러난 색의 다양성이 정점을 찍는 작업으로, 화려한 색은 점점 더 무거워지는 주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듯 깊이를 더 한다.

  이같은 김 작가는 독창적인 작업은 2002년에 시작됐다.

  김 작가는 ‘역발상’의 힌트가 됐다. 김 작가는 표현 방법만 달라져도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존의 ‘더하는 작업’과 반대로 파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두꺼운 합판 뒤에 캔버스 틀을 붙이고 전동 드릴로 저부조 작업을 한다. 저부조는 동전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드릴 작업은 뜯겨 나오는 부분이 계산이 안 돼 자동으로 추상적인 형태가 만들어 진다. 여기에 안료를 섞어서 칠하고 큰 붓으로 닦아내 작품을 완성시킨다. 

  김 작가는 화가인 부인과 함께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독일에서 함께 공부했다. 2002년 추상적인 ‘은하수’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신전’ ‘맨허턴’ ‘원시림’ 등 김 작가의 초기 부조 작업은 단색조 회화를 선보였다. 2006 부산비엔날레에 ‘정치적풍경-1950년 8월 부산’이라는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2008년 김 작가는 크루즈 시리즈를 그렸다. 말 그대로 “조심스럽게 색이 들어가는 작업”을 시작한다. 로켓, 풍력발전기 등 현재의 문명 작업에 등장하는 여러 이미지가 이 시기에 첫선을 보였다. 

이번에 전시된 미장센 시리즈는 영화의 한 장면을 미술로 연출해보는 작품이다. 영화감독이 된 것처럼 감정을 이입해서 캔버스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했다.

  화려한 광원 앞에서 춤추듯 발차기하고 점프하는 젊은 모델은 생명력이 넘치지만, 그가 딛고 선 것은 해골탑이다. 모든 인간이 거쳐 가야 할 삶과 죽음의 과정을 드러낸다. 황금색 옷을 을 입고 선 모델은 1980년대 베르사체의 실제 모델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다. 해골을 밟고 선 모델 뒤의 계란 모양의 하얀 원은 ‘생성’을 상징한다.

  모델이 든 가방에 ‘TIME’이라는 단어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고, 배경의 네 귀퉁이에선 직선이 뻗어 나온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한 아이가 걸어나오는 ‘사피엔스1(존재의 근원)’은 문명 시리즈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사피엔스에서 시작해 각 시대의 단면을 ‘미장센 시리즈로 그려내고, 이것은 전쟁과 파괴 같은 거대 담론을 다루는 문명 시리즈로 연결된다. 

  김남진의 창의력은 무한해 보인다.